소소한/끼니 보고서

요일마다 다른 카레가 있는 곳, 모루식당

소라잉 2016. 10. 18. 01:34
반응형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곳이 남포동이 가까워서 평소에도 남포동을 자주 나갔었다. 서면은 그리 자주 나가지 않았는데, 몇년 전만 해도 전포동이 카페거리로 활성화 될 줄은 몰랐다. 나만 몰랐나.

아무튼 생활권이라고 해야하나, 활동범위가 바뀌면서 서면에서 먹거나 할일이 많아졌다. 하여 인기있는 맛집에 오랜 기다림 없이도 쉽게 들를 수 있었다.

이번에 간 식당은 전포 카페거리에 위치한 아담하고 새하얀 얼굴을 가진 모루식당이다.

모루식당을 알게 된 계기는 구글링으로 '서면 점심'을 키워드로 검색하다 발견하게 됐다. 더 정확히는 다이닝코드인가 무슨 음식 리뷰 관련 별점 모은 웹이었는데 거기서 서면 맛집으로 1위에 있던 '모루 식당'이라 호기심과 기대감이 생겼다.

점심시간의 피크라고 생각되는 시간이었는데 오후 1시 반쯤이었다. 가게 앞은 기다리는 손님이 보였다. 가게 앞에 놓인 작고 귀여운 의자와 웨이팅리스트가 있어 이름을 적어두고 기다렸다.

두어팀 정도 지나간 뒤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회전율이 빠른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반반카레. 새우 크림 카레와 소고기 토마토 카레.

동행인의 음식과 전체샷. 동행인은 소고기 토마토 카레를 주문했다.


요즘 일식을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어서 색다른 무언가를 원했는데, 이번에는 일식이지만 단일품인 카레가 식당의 주 메뉴였기에 더 솔깃했다. 그리고 이 식당의 장점이라면 바로 단일 메뉴라는 것이다. 단일 메뉴이기는 하지만 요일마다 바뀌는 오늘의 카레와 언제든 방문하더라도 먹을 수 있는 매일 카레인 새우크림카레가 있어 골라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두 가지 카레 중에서도 고민이 된다면 '반반카레'라는 신의 한수인 메뉴가 존재한다. 선택의 쉽지 않아 고민할 수 있는 나와 당신을 위한 식당의 배려이다. 짜장면을 먹을 때 짬뽕이 먹고싶듯이, 하나의 메뉴만 있으면 모를까. 두 가지 라면 고민도 두배가 될 것이다. 그런데 반반카레라니. 이 부분이 이 식당의 두번째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간단한 메뉴 구성이 식당의 회전율을 빠르게 돌아가게 하는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카레가 궁금해서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새우크림카레도 맛있고, 그날의 카레였던 소고기 토마토 카레도 맛있었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으며, 맨밥과 잘 어울렸다. 밥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밥을 더 주문하면 됐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른 어떤 맛의 묘사는 생각이 나지 않고 그저 맛있었다는 기억뿐이다. 아지트스러운 분위기도 좋고 선택장애라고는 찾을 수 없는 이곳은 매력적인 식당으로 내 머릿속에 입력하게 된다.

가게는 1층 작은 주방과 카운터, 테이블 두개정도(?), 오른쪽에 있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2층이긴 한데 다락방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더 많이 나는 공간에 작지만 서너팀은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한 느낌이 난다. 인테리어도, 꾸며진 소품도 귀엽고 어딘가 일본스럽기도 하다. 여자들이 많이 찾을 것 같은 취향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건물 외관도 하얗고, 외부에 설치된 소품들도, 화분 하나도 이 식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묻어난다.

식당의 위치는 전포카페거리가 시작되는 큰 골목을 따라 걷다 갈라지는 거리에서 왼쪽편을 보면 아마도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을까. 건물이 살짝 들어간 느낌이 있어 무심코 지나가기 쉽긴 하다. 오래도록 이곳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이 되어 다음에 내가 찾을 때도 역시나 그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나 적게 된거지, 내가 모루식당에 담았던 감상들이 이렇게 깊었나. 헤헤

모루식당 리뷰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