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영화 한 편

뒷북이지만 생각나는 영화 '부산행'과 '터널'

소라잉 2016. 10. 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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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서 그냥 차라리 하나의 주제를 잡고 글을 쓰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른 것이 영화 이야기. 나 혼자 감상평 남기는 것 말고는 없지만 남긴다면 이 영화는 꼭 따로 써둬야지 했던 영화가 있다.

최근 경주에서 지진도 여러번 발생하고, 또 그 여진이 부산까지 느껴지니 너무나 무서웠다.

수요일이었나, 태풍 차바도 무서웠다. 다행히 우리 동네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울산권 근처인 해운대는 정말 난리난리였다. 지금쯤 복구가 되었으려나.

무튼 이렇게 계속되는 재난에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부산행>과 <터널>이다.

물론 <부산행>의 경우 좀비가 등장하므로 조금 주제가 엇나가나 싶기는 하지만 나는 이 두 영화를 보고서 꼭 두개를 같이 리뷰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내 마음대로 리뷰 시작!


올해 2016년, 두 영화가 사람들 입에 제일 많이 오르내린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 생각해보니 <곡성>이 있다. 맞아. 난 <곡성>을 본 그 날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감독님의 인터뷰를 찾아 보느라고. 그 후 며칠간 포럼 같은 곳을 뒤지면서 계속계속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럼 곡성을 빼고, 이 두 영화가 많이 거론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직 올해가 두 세달 남기는 했지만 말이다.


먼저 <부산행>. 공유가 주인공 남자배우로 등장한다. 사실 별 기대는 없었다. 남자 배우가 주는 일명 '믿고 보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좀 '친숙한 남자' 정도.

그리고 좀비물을 싫어해서 부산행을 볼까도 사실 망설여졌다. 미드를 좋아하지만 워킹데드는 피했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 무튼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화라 조금은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보고 싶어하기도 하고 해서 나도 괜찮겠지 하고 봤는데 꽤 괜찮았다. 공유가 아이 아빠로 나오는 역할이나, 소희의 딱 자기 얼굴에 맞는 느낌의 배역이나 그리고 좀비의 퀄리티!까지 괜찮았다.

기대치 않았던 좀비의 퀄리티가 너무나 사실감 있어서 놀랬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곡성보다 다섯배는 더 무서웠다. 관람 당시 워낙 <부산행> 영화 흥행의 시작일 때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람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우르르 나오고 나니 괜스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압도감이랄까, 몰입도도 좋았다. 영화의 엔딩도 내 기준에서는 괜찮았다. 한국형 신파엔딩이라는 평을 봤었는데 나는 딱 적당하다고 느꼈다. 솔직히 공유가 좀비가 되고 죽음을 택한 것이 조금은 의외기는 했다. 이미 한국형 신파에 익숙해졌나보다. 그래도 주인공은 무조건 살아남고, 과거를 반성하고 깨우쳤으니 이제는 착하게 잘살거야 하고 끝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자나 아이는 왜 다 약한 존재인가, 이 부분도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너무 흑백으로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희도 여자지만 친구들을 위해서 애썼고, 정유미도 임산부의 몸이지만 아이 손을 잡고 정말 힘껏 달렸다. 내가 보기에는 저렇게 뛰어도 되나 싶을정도로 뛰던데. 좀비들을 막아선 것이 남자들이라고 여자는 다 나약한 존재라 보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아 그런데 그중에서 마동석의 활약이 지나치게 눈부시지 않았나. 조금은 과했다고 생각이 든다. 마동석이 슈퍼히어로도 아닌데 정말 위기가 닥치면 초인적인 힘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파워가 상상이상으로 대단해서, 저건 말도안돼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반대로 김의성 역할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내가 씁쓸했다. 그래도 그럼 안되지! 하지만 그럴 수 있어.

이 영화를 보고나서 뭔가 여운이 남아 브래드피트가 주연한 <월드워Z>를 보았다. 이 영화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끝없는 끈질긴 좀비때문에. 그 영화에서는 정말 좀비가 날아다녔다. 같은 좀비물이기는 하지만 스토리를 풀어가는 맥락도 주제도 다르지만, 스케일도 정말 큰 영화이지만, 결코 <부산행>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정말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한다. 별점은 5점 만점에 3.8점이지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일찍이 본 것이 후회되지 않는다.


그리고 <터널>. 이미 <부산행>을 통해서 재난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예고편으로는 그냥 그랬던 영화였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매일매일 뉴스에서 <터널> 관련 소식을 전하니까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나도 한번 볼까? 이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힘인가. 아무튼 예고편을 봤기에 이 영화도 별 기대없이 보긴 했다. 그런데 또 집중이 잘 되던 영화이다. 하정우에게 감정이입하고 나니 지루하지도 않더라. 나중에 집에서 엄마와 함께 다시 보는데 터널에 있는 시간이 왜그리 길게만 느껴지던지. 다른사람들은 지루해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무튼 영화를 보면서 무섭지만 웃겼고, 두려웠고, 다행이었다. 저 사람이 나였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세상은 어땠을까. 똑같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너무나 씁쓸하던 밤이었다. 되도록이면 나와 가족들, 나의 주변 사람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별탈 없기를 바라는, 영화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정말 있었던 사실처럼 걱정하게 된다. 이 영화는 내가 별점 4점을 매겼구나. 지금 글 쓰고보니 부산행보다 글 길이도 짧고 별로 할 말도 없는 것이 부산행보다 별로였나 싶기도한데, 당시 내 기분은 그랬나보다. 사회적으로도 말하는 바가 딱 드러나는 영화지만 아마 많은 글에서 다뤘을테고, 나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테니 리뷰는 이걸로 마무리 하련다.


무튼 이 두 영화가 참 별 상관 없어 보이기는 한데, 나에겐 꼭 둘이 같이 따라 연상되는 영화이다. 누군가에게도 이 영화 봤냐고 물으면, 꼭 한 영화 마저 물어서 얘기하게 되는 영화이다.

둘 다 여름에 핫했던 영화라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두 영화 모두 제한된 공간에서 스토리가 전개됐음에도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며, 결말도 좋았다. 난 이 부분이 되게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또 둘 다 해피엔딩이어서 좋았다. 물론 <부산행>은 모두가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고 본다.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영화긴 하지만 비극으로 끝났으면 참담했을 것이다.


쓸 말이 있으려나 했는데 그래도 글이 꽤 길어졌다. 머릿속도 조금은 비워지고, 그래봐야 잠들기 전에 많은 생각들이 오갈테지만, 이렇게 쓰고나니 뭔가 좀 후련하다.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하니 또 생각나는 글이 있어 덧붙이게 되네. 윽 이제 그만하고 잘 준비를 해야겠다. 뭐라고 제목을 달지 그것도 고민이네 그려.

이번달에는 무슨 영화를 볼까나 터널 이후 본 영화가 없다.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 밀정도 보러갈까 했는데 그다지 발길이 닿지 않았다. 이번주 개봉한다는 럭키를 보러갈까 싶다.

과연. 무튼 이것으로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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