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카페

핸드드립 커피를 찾는다면, 바우노바 백산

소라잉 2017. 4. 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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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스시를 먹고, 차 한잔하러 어디로 갈까. 근처 핸드드립 하는 곳이 있는지 찾아봤다. '남포동 핸드드립 카페'를 검색해보니, 마땅히 눈에 차는 곳이 없다. 핸드드립도 잘 모르면서, 이제야 겨우 조금씩 알아서 마셔보려고 하는데, 끌리는 카페가 없었다. 블로그에 올려진 카페들이 왜인지 가볼까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일단 그 카페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걷다가, 전에 지나가면서 봐뒀던 카페. 저기라면 뭔가 커피에 관한 조예랄까. 그런 것들이 남다를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들어가서 보니, 단순한 메뉴판에 핸드드립은 없었는데 직원에게 물었다. 그러니 2호점을 가라고 했다. 길을 쭉 따라 걸으면 된다고 2호점이 나온다고 했다. 아하? 그래서 정말 걸어가봤다.

 

그랬더니 그길 끝 쯤, 멀리 바우노바라 가리키는 간판이 보였다. 거북이가 그려진 입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시원스러운 매장에 깨끗하고 조용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보자마자 속으로 완전 흡족했다. 이런 보석같은 곳이 손님도 없이 조용하다니,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요즘 분위기 좋거나, 괜찮다고 하는 카페들은 북적이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니 정신없기만 하니까. 여유라고는 찾기 힘든 카페는 어쩐지 조금 아쉽다. 그런데 바로 여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여기는 왜? 손님이 없을까 싶기도 했다.

 

주문을 하고, 창가쪽 자리에 앉으려다 카운터 옆으로 이어진 바테이블에 앉아도 되는지 묻고는 그리로 자리를 잡았다. 언니와 나의 커피 취향에 대해 간단히 물으시고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는 바리스타님. 사장님이신것도 같고.

 

 

아주아주 정성스레, 한방울씩 추출. 이게 쩜추출인가? 어디서 주워들었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 저게 융드립인가. 하여간 페이퍼는 아닌데 신기하기만 하다. 커피를 기다리면서 언니랑 커피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앞에 계신 직원분과도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최근 커피 클래스(그래봤자 한달이고, 4회였지만.)로 인해 핸드드립과 커피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진 나에게는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커피의 간단한 이야기부터, 카페의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즐거웠다. 덕분에 커피상식 +10. 커피 호감도 +10. 바우노바 애정도 +10.

 

 

내 눈앞에 펼쳐진, 드리퍼들. 도구들. 그리고 찻잔들. 카운터 옆으로 예쁜 찻잔들이 저마다 옆태를 뽐내면서 줄지어 있었다. 언니와 나도 각자 마음에 드는 찻잔을 하나씩 골랐다. 정말 예쁜 찻잔들이 많았는데, 여자들이라면 거의 좋아라 할 것 같다. 그릇에 크게 관심 없던 나도 호기심이 생겼으니까. 커피를 기다리며 손님 없는 쪽으로 살짝 내부를 찍어봤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이제 막 오픈한지 2주가 되었다고 했다. 아- 그래서 이렇게 조용했구나. 조만간 인스타를 통해서 핫해질 것 같았다. 방문했던 날도 집에 돌아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찾아보니 역시나, 발 빠른 사람들은 벌써 다녀간듯 했다. 얼마전에 어떤 손님이 와서 '나만 알고싶은 카페' 라고 했다는데, 정말 폭풍 공감한다. 이런 좋은 카페는 많이 안알려졌으면 하는 욕심이랄까. 하지만 또 좋은 카페를 다른이와도 함께 하고싶을테고,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럴테고. 그냥 적당히, 부족함 없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업주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수도. 내 카페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이럴까. 헤헤 :) 

 

 

커피가 나왔다. 왼쪽은 커피의 원액, 오른쪽이 드립하여 내린 커피에 물을 탄 것. 원액 그대로 살짝 맛보았는데, 예상과 달리 부드러웠다. 그래도 좀 진하긴 해서 나중에 옆의 찻잔에 옮겨 붓고 물을 부탁해 마셨다.

 

 

융드립이라 커피의 오일리함이 보인다. 진할까 걱정과는 달리 살짝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괜찮았다. 바우노바에서는 손님의 취향대로 커피를 준비해주신다고 했다. 하지만 난 커피 초보니까. 취향이라고 할만한게 아직 안만들어졌기에 그냥 추천하시는대로, 일단 마구마구 마셔볼 생각이다. 다만 카페인이 치명적이라 조금 아쉽다. 아니면 언제든 저녁이라도 걱정없이 마실텐데. 아니면 몸을 더 피곤하게 만들어서 곧장 잠들어버리면 될까.

 

 

티라미수! 맛있다.

케이크 종류가 두가지였는데, 처음 선택했던 (이름이 기억 안난다.) 설기 같은(?) 케이크가 없어서 티라미수를 골랐는데 맛있었다. 부드럽고 촉촉하면서 밑에 깔린 시트에서 진한맛이 듬뿍. 한입 먹고 커피 한입. 정말 잘 어울리는 조화였다. 다음에는 다른 디저트도 꼭 먹어봐야지. 두가지 다 직접 만드신다고 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커피와 카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대화 속에 나 역시 커피에, 카페 바우노바에 정이 생겨버렸다. 이 카페에 첫발을 디뎠을 때도 느낌이 좋더라니, 마지막까지 좋았다. 아쉽게 마감시간이 되어서 일어나야 했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되니까. 다음에는 햇살 좋은날 들러 테라스에도 앉아 봐야지.

 

 

우리가 처음 찾았던 곳이 바우노바 1호점이었구나. 상호명도 모르고 찾았던 집인데, 우연찮게 가서 정말 좋은 카페를 들를 수 있어 좋았다. 언니도 나도, 아주 만족해하며 헤어졌다.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듯이. 이날 하루도 덕분에 행복한 하루로 마무리.

바우노바 2호점:백산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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