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끼니 보고서

부산 영도 대교동 : 소문난 돼지국밥

소라잉 2017. 2. 22. 00:14
반응형

잉여스럽게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다, 원나잇 푸드트립 방송에 리모콘을 멈췄다. 재방송이었지만, 마침 부산을 돌고 있는 기자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친근하게도 가까운 영도였다. 된장찌개도 먹고싶었지만, 돼지국밥 식당을 보니 위치도 가깝고 무엇보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국밥집이라는 말에 궁금했다. 영도 남항시장 근처 대교동에 위치한 '소문난 돼지국밥'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긴 해야하지만, 조금만 걸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식 문서상으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돼지국밥 식당이라고 한다.

1938년 문을 열어 같은 장소에서

3대째 이어오고 있다는데, 정말 놀랍다.



간단한 상차림.

국밥 먹을 때 필요한 갖가지 식재료.

국에 말아 먹을 수 있는 소면도 내어준다.



돼지국밥 6,000원.

밥은 토렴하여 국과 함께 그릇에 담긴채 나온다.

따로국밥은 7,000원 이며, 국과 밥을 따로 준다.



새우젓으로 살짝 간을 하고, 부추 많이 넣어

식사 시작.


어떤 음식이라도 내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추기 전에, 나온 즉시 그대로 맛을 보는 편이다. 그 후 필요한 만큼 후추라던가, 이번의 경우 국밥에는 새우젓 혹은 다대기 같은 것을 넣는다. 부산에서 현존하는 국밥집 중 가장 오래된 곳의 맛은 어떨까 궁금했다. 간을 세게 먹는 편은 아니지만, 첫 맛은 너무나 밋밋해 싱거움 그자체였다. 살짝 젓갈로 간을 하고 좋아하는 부추를 듬뿍 넣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부담이 없었다. 뭐랄까, 국물이 담백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국밥이 나왔을 때, 기름기 하나 없이 깨끗하더니 그릇을 비울 때 까지 남김없이 먹기 편했다.


국밥 속에 든 고기 마저 괜찮았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수육백반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살코기였으며, 값싼 느낌이 드는 고기는 결코 아니었다. 함께 식사를 한 부모님께서도 고기와, 국물이 좋은 재료를 쓴 것 같다며 인정하셨다. 다만 돼지국밥을 선호하지 않고, 드신 적도 손에 꼽을 정도이신 아버지께서는 기대만큼(내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라 미리 일러준 탓에 기대하셨나보다.) 크게 맛있지는 않다고 하셨다. 또,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주차장에서 사장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맛이 예전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분께서 말하는 예전 맛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이번에 먹은 이 한그릇의 국밥이 아주 오래전 부산의 돼지국밥은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80여년 전 처음의 맛을 간직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갖은 양념을 넣지 않아도 맛있는, 깔끔한 그런 맛이다. 지금에야 재료가 다양해졌고, 사람들의 입맛이 너무나 제각각이며 달고, 맵고 자극적인 맛을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그저 오래되기만 한 낡은 노포라고만 여길 것도 같다.


방송을 보고 '영도 돼지국밥'을 검색하면 당연히 '소문난 돼지국밥'이 나올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식당 바로 가까운 곳에 백종원이 다녀간 남항시장의 재기돼지국밥이란 식당도 있었다. 같은 상호명도 흔해서 '영도'를 넣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식당이 먼저 나왔다. 부산의 유명한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 물론 잘하는 곳도 많지만 그래도 이곳이 꽤나 블로거들한테서 인기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곳보다 적은 것 같아 어쩐지 조금 아쉽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평일의 이른 저녁 식사 시간대 이기는 했지만 다른 손님이 없어 괜한 걱정이 되었다. 아주 약간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대를 이어 전통을 이어나가는 곳이니,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거나 내게는 깔끔하고 따뜻한 한그릇의 돼지국밥이었다.

영도의 소문난 돼지국밥 리뷰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