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시사 상식

홍콩식 공매도를 도입한다고? 홍콩의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

소라잉 2020. 3. 23. 02:31
반응형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는 2017년 3월 도입된 제도로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종목을 지정, 다음 1거래일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이다.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6배(코스닥은 5배)를 넘으며 주가 하락률이 10% 이상인 종목의 경우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고 있다.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면 1일 간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연일 폭락 중이다. 우리나라는 급락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 규제를 강화했다. 과열 종목 지정 기준이 대폭 낮춰졌고 공매도 거래 금지기간도 기존 1거래일에서 10거래일로 늘어났다.(2020.3.10.) 계속되는 주식시장의 추락에, 6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2020.3.13. 발표, 3.16.부터 시행) 각 국에서도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가 늘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갑자기(?) '홍콩식 공매도'가 언급된 이유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매매 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거래방식이다.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를 이용하려면 투자금액 5000만원, 순자산 5억 원 이상이라는 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확보해야 한다. 이마저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식을 빌리는 비용이나 거래할 수 있는 종목, 수량에 제약도 많다. 공매도의 투자 주체는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문제로 불만을 제기했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도한다는 지적과 공매도 폐지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아무리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고, 한시적 금지를 하더라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추락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홍콩의 공매도 지정제 도입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홍콩식 공매도가 어떤 건데?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는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시가총액 등)에 따라 지정하는 것이다. 홍콩은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 이상이면서 12개월 시가총액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해 허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가 수시로 지정 종목을 점검해 변경한다.

홍콩의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는 시총이 작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1994년 17개 시범종목을 시작으로 2001년 홍콩거래소 규정에 세부요건이 마련됐다.

공매도 전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종목을 지정해 공매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공매도를 통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바로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야 하는 '업틱룰(Uptick rule)'과 공매도 호가 표시, 잔고 보고, 종목별 잔고 공시 등도 시행하고 있다.

홍콩식 공매도 규제는 시총 규모가 작은 종목에 대해 주가 급등락을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콩은 국내처럼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된다.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는 등 공매도 규제 수준이 국내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 종목은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이 높다. 이런 중·소형주의 공매도가 제한되면, 일정 부분 주가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정 종목에만 공매도를 제한하므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홍콩처럼, 공매도 지정제도 괜찮을까?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고 제 가격을 빠르게 찾아주는 순기능도 있다.

홍콩을 제외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한 곳이 없다. 금융위원회 내에서도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은 제도를 우리가 먼저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식 공매도 제도가 개인 투자자의 불만을 일부 해소할 수는 있으나, 주식 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자칫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공매도 규제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


홍콩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홍콩식 공매도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우리나라에 맞춰서 적용될 것이다.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괜찮은 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당장은 공매도 규제보다는 빨리 주식 시장이 완화되었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
1) 신기림, 「공매도 금지 유럽 전역으로 확산…이탈리아 90일 규제」, 뉴스 1 코리아, 2020.03.18.
2) 강윤혁, 「사흘 만에 추가 방안 내놓은 금융위...6개월간 공매도 금지 발표」, 서울신문, 2020.03.13.
3) 박상돈, 「금융당국,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 검토」, 연합뉴스, 2020.03.02.
4) 김형민, 「“공매도는 개미무덤” 원성에… 금감원, 홍콩식 지정제 검토」, 동아일보, 2020.03.03.
5) 이수현, 「[코로나19] 증시 패닉에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 목소리…당국 '고심'」, 머니투데이 방송, 2020.03.02.
6) 이승용, 「금융당국 공매도 금지 소극적 태도에 투자자들 '원성'」, 시사저널 e, 2020.03.11.
7) 남궁영진, 「금융당국,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 검토」, 서울파이낸스, 2020.03.02.

반응형